인내와 의지로 더욱더
정교한 베이스를 만드는 수제 베이스 빌더
제이클래프 바이 준 최준식 대표
베이스를 전공으로 했지만, 베이스를 ‘주’로 하고 싶진 않았다. 우연히 악기 만드는 것에 푹 빠져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10년을 보냈다. 인내와 의지로 나날이 더 정교하고 만족스러운 악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수제 베이스 제작자. 나 혼자 뛰어난 것보다는 함께 어울려 가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 오늘도 더 완벽한 악기를 만들기 위해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단단해 보인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저는 베이스 기타를 만드는 최준식입니다.

원주에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나요?
제가 원주에 정착하게 된 배경은 ‘악기’에 있어요. 학교에서 베이스를 전공했는데, 악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악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에요, 저는 그걸 업으로 삼은 케이스죠.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병행하던 밴드가 있었는데, 밴드가 각자의 개인사 때문에 해체하게 되고, 조교가 끝나는 무렵에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음악’ 자체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의지는 약했어요. 그렇지만 음악과 ‘관련된’ 일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피아노 조율도 해봤고요. 그런 식으로 음악과 관련된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악기 제작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커스텀 악기 제작을 배워보고 싶어 악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빌더*를 찾아봤는데, 그때 문의하게 된 커스텀 공방 중 한 곳이 바로 원주의 ‘수 베이스’라는 공방이었어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곳이고 선생님이 당시 함께 하시던 분과 결별하여 받아주시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어 장문의 메일을 보냈죠. 악기 제작을 배우고 싶어서 부족한 목재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가구 제작 기능사도 취득했었고, 베이스 전공자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준비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선생님께 저를 왜 받아주셨냐고 여쭤봤더니 메일 속 ‘예의 있는 어투’가 맘에 들었다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도제교육 방식으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선생님 밑에서 악기 제작 일을 배우게 되었어요. 2011년도에 준비를 해서 2012년부터 원주에 정착했으니, 햇수로 10년 가까이 되었네요.
* 빌더 | 악기를 만들고 개발하는 사람
원주에 와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일단, 배타적이지 않은 동네라고 느꼈어요. 다른 지역은 사투리만 달라도 배척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정착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이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원주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좋았고, 앞으로 어딘가에 정착해서 살더라도 계속 원주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커스텀 베이스는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어요. 베이스를 이루는 부분은 크게 바디, 넥, 지판으로 나뉘어요. 바디는 ‘앨더(Alder)’, ‘애쉬(Ash)’, ‘마호가니(Mahogany)’, ‘월넛(Walnut)’ 등의 나무가 쓰이는데요. 앨더(Alder)는 우리나라의 ‘오리나무’예요. 안동 하회탈 만들 때 쓰이는 목재이기도 하고요. 애쉬(Ash)는 물푸레나무, 무겁고 단단해요. 목질이 좋아서 야구방망이 만드는 데 쓰이고요. 마호가니(Mahogany)는 고급 수종으로 ‘깁슨(Gibson)’이라는 기타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목재이고, 가구재로도 많이 쓰여요. 월넛은 흔히 아는 호두나무고요.
바디에는 탑(Top)이라는 앞면을 올리는 데, 여기에 쓰이는 나무는 무늬가 예쁘게 빠진 나무를 써요. 보통 기존의 대량 생산되는 악기를 보면 칠이 되어있어서 나무의 무늬가 보이지 않는데, 커스텀 악기에서는 이런 다양한 무늬를 가진 목재를 탑으로 쓸 수 있죠. 화려한 무늬를 가진 목재는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악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죠. 넥(Neck)이나 지판(Finger board)로는 메이플(Maple), 즉 단풍나무를 많이 쓰고요.
일단 원하는 목재를 구해서 가공해요. 칠 같은 경우는 몇 달 혹은 몇 년까지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기 위해 칠하고 건조하는 작업을 반복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목재로 바디를 만든 다음에 픽업*이나 포텐셔미터*, 프렛(Fret)* 같은 나머지 부품들을 조립해서 악기를 만들죠. 이런 부품들도 악기에 맞는 제품들을 하나씩 구해서 만들다 보니 악기 하나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 픽업 | 소리나 빛,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장치
* 포텐셔미터 | 기계적인 위치 변화를 통해서 전기적인 출력 신호의 양 또는 크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을 말한다.
* 프렛 | 현악기의 넥(neck)의 주변보다 높은 부분. 지판에 박혀있는 음의 경계선을 말한다.
기성제품과 차별되는 커스텀 악기만의 장점이 있다면?
기성품에 비해 월등한 마감이나 디테일이 장점이죠. 그리고 음향적인 부분에 많은 시도를 해봤어요. 일반 악기는 정해진 디자인이 있어서 정해진 것으로만 나오거든요. 그런데 커스텀 악기는 연주자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 어빌리티(Playability)를 개선해서 연주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수종*을 선택할 수 있어서 나만의 것, 특이한 것을 하고 싶은 분들이 좋아하시죠. 주문자가 원하는 컨셉을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어요. 사실 빌더들은 고집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수용 범위가 넓은 편이에요.
장인 정신의 맹점이 두 가지가 있어요.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 그리고 발전이 없는 것.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컨셉은 명확히 가지되,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넓혀 타협의 여지를 두고 있어요.
악기에도 ‘트렌드’가 있어요. 픽업을 예로 들면, 싱글 픽업, 슈퍼 싱글 픽업, 험버커 픽업 등 형태나 브랜드가 다양해서 그런 부분을 수용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악기의 색상 같은 경우도, 저는 다양한 톤을 시도해 보고 있어요. 파스텔 톤도 있고, 빛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것도 있고,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거든요. 그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겠죠.
* 수종 | 나무의 종류

커스텀 악기에 대한 수요는 어떤가요?
커스텀 악기는 기성 제품에 비해 가격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최소 250만 원부터 모든 옵션을 다 했을 경우 최대 500만 원대까지 가거든요. 목재 비용만 따져봐도 국내 저가 악기 한 대 값 이상이 들어가요. 그러다 보니 대량 생산하는 업체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죠.
하지만 목재에 대한 정보와 식견, 자신만의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찾는 시장이 있어요. 사실 일반 악기 시장에서도 더 좁은 시장이에요. 고가의 상품을 판다는 것은 전체의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죠.
사실 국내의 커스텀 베이스 공방의 개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요. 그만큼 일의 보상이 타산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서 기타를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그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없는’ 사람이 악기를 만들면 좋은 악기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베이스만 만들죠. 아무래도 전공을 한 악기라 실제 연주할 때 연주 편의성과 소리의 질을 구분할 수 있기도 하고요.
악기를 제작하는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일단은 대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요. 제가 발끈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이 ‘한국에서 악기를 만드는 것’을 내리깎을 때예요. 그런 편견의 말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한국이 전 세계 악기 시장에 공급되는 악기재의 70%를 가공할 정도로 생산 강국이에요. 얼마 전에 목재 가공 업체를 다녀왔는데, 국내의 업체에서 목재를 대량으로 받아 가공해서 다시 해외로 역수출하는 예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악기 부품도 우리나라에서 제작해서 수출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당연히 음악 속에서도 영감을 받죠. 조금 쑥스러운데, 음악 듣다 보면 색감이나 이미지 같은 게 떠오르기도 해요. (웃음)
이 일의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악기를 만드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집중과 시간을 쏟아서 배워나가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지 못했죠. 기존의 친구들과도 연락을 못 하면서 멀어지기도 하고요. 거의 혼자 생활하다시피 했던 시간이었고, 성장을 위해 저 자신과 싸우다 보니 돌이켜보면 외롭고 쓸쓸했던 기억이 많아요.
그렇지만 악기를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기도 해요. 악기를 만드는 것은 누구든 도전할 수 있어요. 다만 안전하게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죠. 저는 작업을 할 때마다 ‘나는 기계를 이길 수 없다.’라고 항상 되뇌면서 작업해요. 조금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기계를 잡지 않고요. 항상 긴장감이 필요한 일이긴 하죠.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예전에 있던 일인데, 악기를 사러 왠 부잣집 자제같이 뽀얗고 잘생긴 분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셔서 값이 꽤 나가는 악기를 ‘턱’하고 구매하시더라고요. 사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약간 편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싸이월드 시절 꽤나 유명했던 뮤지션이었어요. 나중에 악기를 픽업하러 오셔서 그 음반을 함께 들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이후로 제 악기 제작 여정 초반의 기억은 그분의 음반으로 추억될 만큼 너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고요.
그리고 악기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있어요. 다들 음향에 관해서 터부시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누구는 노브(Knob)*만 목재로 바꾸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하고, 누가 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의견들이 충돌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또, 지금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있는데,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일을 그만두셨어요. 사실 선생님과 지내면서 아예 충돌이 없지는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갈등 속에서도 길을 찾고 사람과의 관계와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 것이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 노브 | 오디오 믹서나 신시사이저 등 각종 기기에에서,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해당 소리나 값을 조절하는 손잡이를 이르는 말


삶의 모토가 있다면?
옛날부터 이상하게 저는 질투심이 없었어요. 밴드 생활을 할 때도 그랬고, 애초에 베이스라는 악기를 선택했던 것도 앞에 나서지 않는 악기라서 선택한 것도 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저보다 연주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박수 쳐주고 싶었고, 거기에 자극받아 저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 업계에 들어와 보니 서로 경쟁하며 미워하기도 하고, 이간질도 하더라고요.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요. 저는 아무래도 변두리에 있는 사람이니까, 경쟁의 바깥에 있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누군가와 경쟁해서 내가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모두가 잘 돼야 저도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해요.
베이스라는 악기를 국내에서 만들게 되면 목재나 기법들이 훨씬 퀄리티가 좋은데도 해외 제품과 비교해 평가절하하는 부분도 있어요. 오히려 국내에 있는 분들이 한국 악기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누군가 제게 ‘너 지금 하는 짓이 미국에서 가야금 만드는 짓 아니냐?’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애초에 종주국이 아닌데 어떻게 승부를 보려고 하냐는 거죠. 그렇다면 좋다. 그건 인정하는데, ‘나는 그럼 그 외국 악기에 한국적인 것을 담아볼게. 그래서 좀 더 멋있는 악기를 만들면 되잖아.’라는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요. (웃음)
그래서 요즘은 민화 작가님과 협업하고 싶어서 민화를 배워보기도 하고, 한글날을 겨냥해서 한글을 악기에 새겨 출시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또, 한국에서 자라는 나무를 사용하여 만든 악기가 있는데, 1년에 한 번씩은 꼭 한국 목재로 악기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한국 악기가 질이 낮다고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담아 승부를 내보고 싶어요.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수입을 유지하며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사실 그동안 평탄하게 악기 제작만 배워왔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제 방식으로 교육을 받다가 3년 차 되었을 때, 나름의 습작도 만들면서 저의 더 큰 성장을 위해 본가로 내려가서 정착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일이 엉클어지면서 이곳에 남아있어야 했죠. 그래서 그때 목조주택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거기서 지금의 조력자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인연이 되어서 일도 주시고, 회사에 다니면서 경제적인 수입을 유지했었죠.
그러다가 10년 차 되면서 한 번 더 독립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되었어요. 부모님과 상의가 끝나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내려갈 계획이 있었지만, 선생님 혼자 아픈 몸으로 목공 기계와 많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쓰였고, 이 시기에 독립한다는 것이 좋은 것만 쏙 뽑아가는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 여기에 남게 된 거예요.
그렇게 여기에 계속 머물게 되었지만, 최종 목표는 이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저와 결이 맞는 조력자들과 함께 공방을 운영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조력자들과 함께 인테리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사실 그 일만 한다면 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친한 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오빠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다른 일을 한다”고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일정한 수익이 있으면 악기를 많이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제 마음에 드는 악기를 만드는 게 목표가 되니까요.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일을 지속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남들과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제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죠. 예전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랑스러워하세요. 그리고 열심히 해서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시고요.
물론 좋아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악기 만드는 일의 특성상 쉽게 찍어내듯 만들지 못해서 빨리 수익을 내기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사실 이것도 양심과 상관관계가 있죠. 조금 부족하다 싶어도 그냥 출시해버리면 되는데, 그걸 잘 못해요.
그냥 출시해버리면 다른 악기랑 똑같아지잖아요. 악기를 빨리 만들지 않고 오래 두고 보는 이유가 있거든요. 제가 마음에 안 차는 부분이 있고, 부품도 제가 원하는 부품을 구해야 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 주문하고 기다려야 하고요. 그렇게 해야 완성이 되는 악기니까요.
그게 제 단점이에요. 받는 사람은 찾아내지 못할지라도 저 스스로 지는 느낌이 드는 게 싫어요. 가끔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쓸데없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긴 해요. (웃음)

나와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전에 실제로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의 부모님을 함께 초대했어요. 만나보니 나이는 어리지만 가정환경이 부유한 친구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줬어요. 악기만으로 돈벌이할 생각이라면 다른 무기가 없이는 힘들다. 힘들기만 하고 아무 빛도 못 보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받쳐준다고 해도 힘들 수 있다. 완성형으로 만들어내기도 시간이 꽤 걸리고, 나도 10년 차가 되어서야 내 브랜드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지금의 나이로 이걸 도전하고자 하는 패기는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딛고 계속할 수 있다면 도전하되, 부모님께 의존하지 말고 자립해야 한다고 얘기했었죠.
이 일은 재미있어요. 시간도 빨리 가고요. 그런데 아직 싸우고 있는 것은 한국 악기에 대한 편견이에요. 더 좋은 목재와 재료를 쓰는데도 비교당하는 인식과 싸우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걸 깨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히려 해외로 나가서 인정받고 들어오는 게 더 편한 방법일 수도 있어요.
제가 자꾸 업체들을 조력자라고 생각하고 풀을 넓히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다른 나라와 경쟁하자는 거예요. 그런 인식으로 이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처음에는 악기를 만들어서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악기를 많이 만들어서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사실 돈을 많이 벌면 좋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니까요. 그런데 악기를 팔아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접었어요. 대신 이 일을 통해 좋은 친구를 많이 얻겠다는 게 제 목표거든요.
‘100대의 악기를 팔기보다, 100명의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예요. 다행히 이제는 원주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교류하는데요. 사람들과 만나는 인연이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저는 악기를 만들면서 제가 이 악기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악기를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는 어떤 게 있었는지를 정리해서 악기와 함께 전달하고 싶어요. 세상에 수많은 악기 브랜드가 있고, 아무리 비싼 브랜드가 있어도, 그런 내용까지 전달해 주는 곳은 없거든요. 그런 기록들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이클래프 바이 준 @junsic_choe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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