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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마치 오랜 여행 같은 것

작성자 B-pickers(ip:)

작성일 2022-04-21

조회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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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일상도 삶도 그저 여행처럼 살아가는 여행자

소로, 여행자의 집 박은혜 대표




일산동 골목의 오래된 ‘성화 방앗간’ 자리에 어느 날 파스타 집을 열었다. 일주일에 4일만 가게 문을 열고, 나머지 3일은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영감을 좇아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고,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을 걸었다. ‘긴 여행과 좋은 음식 그리고 즐거움이 있는 삶(Les voyage Bon repas et l'humeur c'est lavie)’을 목표로 삶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진정한 여행 러버 박은혜 씨. 그녀의 여행과 일상,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주로 요리를 하고 가끔은 떠나는, 여행자 박은혜입니다.




원래 원주 분이시죠?


저는 완전히 원주 사람이에요.







떠난 적은 없으세요?


학교와 직장 합하면 10년 정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는데, 저는 서울 생활이 안 맞더라고요. 하루가 너무 분주했어요. 그래서 ‘못 벌더라도 일단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원주에 왔죠.

이 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울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일을 3년 정도 했어요. 저는 똑같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할 때는 하루는 광고 찍고, 하루는 메뉴 개발도 하고 방송국에도 갔다가 잡지 촬영도 하고, 다양하게 활동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또 너무 힘들기도 했고요. 한 달에 30만 원 받으면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일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기라는 게 당연했던 때라, 월급 받으면 월세로 다 내고 그렇게 살았죠.

그러다가 원주를 내려왔는데, 그걸 살릴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럼 뭔가 다른 걸 찾아볼까 해서 케이터링도 해보고, 전혀 상관없는 학습지 선생님도 한 1년 했고요. 또 카페에 가서 빵을 2년 정도 구워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요리가 제일 맞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왜 그만두셨던 거예요?


사실 원주에 내려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요. 저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어느 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선생님은 당시에 푸드스타일리스트 업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유명한 분이셨고, 결혼도 하지 않은 40대 후반이셨어요. 항상 너무 바쁘게 살던 분이라, ‘선생님은 도대체 언제 쉬실까’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그날도 수업을 다녀오시다가 사고가 났어요.

가족도 아닌데 3일 내내 장례식장에 있으면서 ‘도대체 뭘 위해서 사는 걸까? 사는 게 뭘까?’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항상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결국 선생님께는 ‘나중에’가 없었던 거잖아요. 

그 영향이 제일 컸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나중에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즐거운 일 하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지금이 즐겁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구나, 나중이 아니고 하루하루를,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때가 20대 중반의 나이였는데, 살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 일이 있고 바로 원주로 내려오게 된 거예요. 






그렇게 내려온 원주에서의 삶은 어떠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가끔 일이 싫어질 때도 물론 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확실해요. 제 삶에서 요리와 여행을 빼놓을 수는 없거든요. 그렇게 보면 매우 즐거운 삶을 살고 있죠.




‘소로, 여행자의 집’을 열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내 가게를 열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지금은 없어진 일산동의 ‘The 나누기’ 카페와 공간을 셰어하게 되었어요. 

카페가 원주 기독병원 근처라 주 고객이 연세대 학생들이다 보니 일반적인 밥집 말고 좀 재미있는 메뉴로, 그리고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으니 여행지의 음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메뉴를 바꿔 내는 형식으로 1년을 운영했죠. 손님들이 생각보다 즐거워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만 하더라도 다녀온 여행지가 많지 않아서 상상 속의 여행지 음식들, 그리고 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의 여러 음식도 했었어요. 딱 받았을 때, ‘와’ 하고 소리 나올 수 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음식들을 냈었죠.

그러다가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에 ‘비스트로 소로’를 열게 됐어요. 가게를 열기 전에 잠시 남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맛봤던 프로방스의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어요. 


저는 원래 시골도 좋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좋아하는데, 프로방스 특유의 음식과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그곳에 사시는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다양한 요리를 배웠어요. 재료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우리 가게에서 해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렇게 프랑스 가정식을 하게 되었어요.

워낙 프랑스를 좋아해요. 거의 1년에 한 번씩은 다녀왔던 것 같아요. 벌어서 다 여행에 쓴 거죠. (웃음) 그렇게 프로방스에 중간중간 다녀온 기록들을 모아 ‘A good month, Provence’라는 책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비스트로 소로’를 열고 4년을 채웠어요. 그리고 또다시 90일의 긴 여행을 다녀왔죠. 밀라노부터 시작해서 산티아고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었는데, 계획을 하나도 안 하고 그냥 발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었어요. 돌아와서 지금 ‘소로, 여행자의 집’을 열게 되었어요. 마지막 다녀온 여행지가 이탈리아여서 여기서는 이탈리안 베이스의 요리를 많이 내고 있어요.







‘소로, 여행자의 집’은 어떤 곳인가요?


쉽게 생각하면 ‘여행자를 위한 가게’예요. 여행자를 위한 음식을 내고, 내가 여행자가 되어서 먹어본 것,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을 내는 곳이에요. 우리 가게의 모토는 ‘긴 여행, 좋은 음식과 즐거움이 있는 삶’이에요. 이 세 가지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거든요.

사실 처음 이곳을 준비하면서는 원주에 있는 친구들이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여행과 요리가 베이스가 되긴 하지만 요리 수업이나 워크샵도 하고 싶었고요. 코로나 상황으로 애초의 의도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요. (웃음)


중간에 작게 책방도 했었어요. 사실 지금 책방까지 꾸릴 여력이 안 돼서 일단은 멈춘 상태인데, 이 공간에 책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저 안쪽 방을 여행과 요리책을 소개하는 책방으로 꾸리려고 해요. 우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우물에 빠져 있는 상태네요. (웃음)

지금은 요리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료품과 와인을 소개하고 있어요. 확실히 요즘은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멀어져 있어서 요리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이곳이 ‘딱 이런 가게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형태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바뀔 수 있는 가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뭐든 될 수 있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소로, 여행자의 집’의 대표 메뉴가 있다면?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먹물 리소토’가 인기가 많아요. 처음에는 많은 분이 좋아할 줄 모르고 넣었던 메뉴거든요. 레시피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현지에서 먹는 변형되지 않은 맛 그대로 했는데 좋아해 주시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이탈리아 바닷가 쪽에서도 먹고, 포르투갈에서는 아주 많이 먹는 메뉴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되게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먹물이 현지만큼 신선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먹물을 열 가지씩 써보면서 맛을 찾아냈죠.






음식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받나요? 


90% 여행에서 받았죠. 지금은 떠날 수 없으니까 책에 의존하고 있어요. (웃음) 그리고 가고 싶은 식당을 웹서핑으로 찾아서 메뉴를 보기도 하고요. 예전에 ‘비스트로 소로’ 때는 여행지에서 먹고 맛있으면 돌아와서 열 번, 스무 번 해보면서 맛을 찾아냈는데, 지금은 여행을 떠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먹어본 맛에서 베이스를 똑같이 하되 토핑을 바꿔보는 정도죠. 

책도 옛날에는 1주일이면 왔는데, 요즘엔 거의 3주씩 걸리더라고요. 이번에 받은 책은 거의 넉 달이나 걸렸어요. (하하)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남들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한동안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길게 했어요. 쉽게 생각하면 저는 ‘일상’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단순히 여행과 여행 사이를 버티는 것이 일상이었죠. 그런데 이제 여행을 못 가니까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조금씩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사실 여행이라는 건 자유를 느끼기 위한 건데, 그러면 일상에서는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럼 ‘일상을 좀 더 자유로운 삶으로 바꾸면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조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떠나지 않아도 안정적일 수 있는 삶을 꾸려보고 싶어서 산에도 자주 가고, 수면 사이클도 좀 더 건강하게 바꾸고 있어요. 워낙 잠이 없어서 되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잠을 잘 자고, 잘 먹고, 잘 지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것만 잘해도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록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네, 일단은 잘 까먹어요. (웃음) 그리고 메모를 하는 이유는 기록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은 후에 덮어두지 않고 수시로 봐요. 저는 그렇게 하면서 저 자신이 바뀌었거든요. 기록의 좋은 점은 그런 거죠. 자꾸 적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의 루틴이 제일 먼저 ‘오늘의 할 일’을 적는 거예요. 시간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계획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정도 책 읽고,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아주 사소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요. 예를 들면 ‘오늘은 창고에 작은 박스 하나를 정리하자.’라고 하면 그 작은 박스 하나를 정리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거예요. 그 작은 성취감이 좋아요. 큰 계획 같은 것은 지키지도 못하고요. (웃음) 꾸준한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게를 하다 보면 손님들에게는 멋지게 대접하잖아요. 그런데 스스로에게는 어떠세요?


저는 굉장히 저를 사랑하지 않는 편이에요. 작은 것에도 잘 흔들리는 사람이고요. 남의 감정을 잘 흡수하기도 하는데, 그게 저의 싫은 점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저를 돌아보고 고치려는 노력도 많이 해요.

예전에는 그냥 버티려고 하다가, 이제 일상을 잘 살아 보자는 목표가 생기면서 바뀌게 된 거예요. 나의 어떤 부분이 싫다는 생각이 들면 문제의 뿌리부터 찾아보는 거죠.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아, 내 마음이 이래서 그랬구나.’라고 되짚어 보면서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고, 더 근원적인 것을 찾아가고 있어요.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좋아하고, 자존감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어야 작은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책도 읽고, 산에 가서 사색의 시간도 많이 가져요. 사실 남들이 볼 때는 제가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거든요. 산을 자주 간다는 건 속이 시끄럽다는 얘기에요. (웃음)







요즘은 어떤 것 때문에 속이 시끄러우세요?


저는 맞춰주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없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모두와 좋게 지내기 위해서 행동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잘못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을 수 있는 것은 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하고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과 다 맞을 수는 없고 모든 대화에서 다 영감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대화가 어느 순간 죽은 대화처럼 느껴지는 걸 힘들어해요. 그래서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요리나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에서 떠오르는 ‘영감’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생각과 관점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일을 혼자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가 적어요. ‘어떠한 영감이 떠오르는 대화’는 아무나 붙잡고 얘기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같은 업종에 있거나, 요리나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동료가 주변에 있다면 좀 더 낫겠다 싶을 때도 있고요.

전에는 그런 에너지를 여행하며 풀었는데, 지금은 떠나지 못하니까 그 에너지를 가게에 쏟고 있는데,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니 에너지를 적당히 분배하기 위해서 일상을 잘 살아 봐야죠.




공간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비스트로 소로’를 운영할 때였는데, 결혼을 막 앞둔 커플이 단골손님으로 자주 오셨어요. 영국 남자분과 한국 여자분. 그분들이 연애할 때부터 오셨는데,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셨어요. 어느 날 제게 ‘프랑스에 갈 건데,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한테 추천해달라고 하시는 분들 되게 많으시거든요. 그런데 저도 추천하는 걸 좋아하니까 열심히 추천해드려요. 그런데 대부분은 안 가시죠. ‘일단’은 받아보자는 생각이신 것 같아요. (웃음)

이분들께도 큰 기대 없이 ‘시간 되시면 가시겠지!’ 하고 파리의 추천 명소들을 정리해서 보냈는데, 나중에 오셔서는 그때 추천해 준 곳들을 모두 가봤다고, 너무 좋았다며 추천해 준 카페의 냅킨이랑 영수증, 또 그 주변에서 파는 연필 같은 작은 기념품들을 꾸려서 가져다주셨는데, ‘아!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소개팅을 우리 가게에서 했다가 커플이 되어서 결혼까지 하시고, 아기도 데려오는 손님들도 계시고요. 그런 게 이 가게를 하는 아주 큰 보람이죠. 사실 모든 손님에게 친절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그걸 예쁘게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면 감사하고요. 이제 가게를 한 지 5년이 넘어가는데, 옛날 같았으면 상처받고 싫어했을 부분들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잘 넘기게 되는 걸 보면 조금 성장한 것 같아요.






어떤 것을 목표로 지금 공간과 업을 꾸려가시나요?


공간으로 봤을 때의 최종 목표는 손님을 재워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하고 이 자리를 얻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멈춰있는 상태거든요. 좋은 시기가 오면, 이곳을 잠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고요.

지금은 영업을 4일만 하고,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손님들에겐 사실 불편한 가게일 수 있어요. 돈을 더 벌려면 일주일 내내 문을 열어야겠죠. 그런데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돼요. 그것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혼자니까 조금 못 벌면 집에서 밥해 먹고, 아끼면서 살면 되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이미 자유로운 사람이죠. 그런데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적으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그리고 이 공간도 많은 여행자가 찾아와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자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가게’. 그러면 제가 있는 자리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영감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를 4일만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이전 가게인 ‘비스트로 소로’와 비교해 봤을 때, 오히려 지금의 매출이 더 높아요. 4일을 열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좀 더 가게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졌고요. 사실 4일을 일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일주일에 6일 정도는 가게에 있긴 해요. 좀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좋은 컨디션으로 손님을 맞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이곳에 식당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4일은 음식을 제공하고, 나머지 2일은 워크샵이나 모임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임을 못 하다 보니 4일의 식당이 굳혀진 거예요.

처음에 4일만 영업하겠다고 했을 때, ‘무슨 식당을 4일만 여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말에 신경 쓰면 아무것도 못 해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답게 삽시다. (웃음)





나와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분야나 상관없이 스스로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확실히 알고 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행복해요. 행복하니까 쉽게 지치지 않게 되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저는 여기서 돈을 좀 벌어서 시골로 아예 들어가고 싶어요. 작게 농사도 짓고, 목가적인 삶을 꾸리며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저의 꿈은 자연인입니다.

그대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요. 박은혜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다 해보고, 그러고 난 뒤에 자연인이 되겠습니다. (웃음)







소로 여행자의 집 @soro_traveler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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