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가치를 찾기 위해
용감하게 도전하는 부부의 잡화점
무용담 정사라 대표
2015년, 중앙동의 낡은 시장이 미로예술시장으로 재탄생 한 뒤로부터 쭉 한자리에 있는 잡화점이 있다. 다양한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크래프트와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는 곳. 무용담이 처음 문을 열고 3년 뒤, 선한 인상의 부부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아내인 정사라 씨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치기 위해 ‘꿈의 노트’를 적는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2015년, 무용담이 처음 생겼고 3년 뒤인 2018년도에 양도받아 지금까지 운영하는 정사라입니다. 남편과 함께 부부가 운영하고 있어요.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함께 잡화점을 합니다.’라는 상점 소개 글 때문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남편은 소소하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무용담을 운영해요.

원주에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나요?
둘 다 고향은 원주가 아니에요. 원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동아리를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되었어요. 졸업 후 서울과 안산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원주가 그리워서 돌아오게 되었어요.
원주는 저희가 함께 대학 생활도 했고, 지인들도 많아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어서 항상 돌아오고 싶었죠. 그러던 차에 무용담을 양도한다는 글을 보고 ‘원주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용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남편은 일반 IT 회사의 회계직을 했고, 저도 간호사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남편은 일이 맞지 않아서, 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둘 다 한동안 백수였죠. (웃음) 그렇게 퇴직금으로 지내다가 슬슬 새로운 밥벌이를 고민하던 찰나에 지인이 무용담 양도 글을 보여주더라고요. 다시 직장에 다니기는 싫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글을 보니 멋진 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림 그리고 창작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창작자를 소개하는 편집샵’이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일단은 어떤 곳인지 보려고 손님인 척하면서 한번 들러봤죠.
사실 저희가 원주에 살았으면서도 미로 예술시장이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후미진 곳에 사람들이 올까 하는 궁금증 반, 의심 반으로 처음에는 염탐하듯 맞은편 동경수선에 앉아서 몇 명이나 들어가는지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웃음) 밥벌이로 하려는 일이기 때문에 고민했는데, 나름 사전 조사를 해보면서 결국 무용담을 인수하기로 했어요.
‘안정적인 직장’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의 갈등은 없었나요?
저는 ‘내가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도 내가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했을 때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게 이유거든요.
‘아무리 받는 돈이 많고 쓸 수 있는 게 많아도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일은 아니구나, 그러니 지금은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당시에 건강도 안 좋았고요. 일적으로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요.
저와 남편은 ‘휴식’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어서, 이곳을 운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휴식이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덜컥 무용담을 인수하게 되었죠.
모르는 분야에 덜컥 발을 담그고 난 뒤, 어떠셨어요?
처음에 정산을 위해 작가님들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닿는 부분도 있었고, 기존의 시스템을 제대로 인계받지 않아서 막막했어요. 그리고 서울의 큰 편집샵에서는 작가와 협업하는 전시나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그런 행사를 여기서 진행하고 싶어도 작가님을 어떻게 모시고 와야 할지, 섭외나 페이 같은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감을 못 잡아서 한참 애를 먹었죠. 그리고 저는 뭐든 ‘해보자’라는 주의고 남편은 안정과 합리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그 부분에서도 다투기도 했고요. (웃음)
부부가 함께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웃음)
맞아요. 둘이 싸우면 도망갈 곳도 없고, 표정이나 감정을 감춰야 하는 것도 힘들어요. 한 번은 막 울면서 계산한 적도 있어요. (웃음)
저는 이상적인 사람이고 남편은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제가 한발 앞서 나갈 때 남편은 한걸음 뒤로 가니까 초반에는 생각을 조율하는 게 힘들었어요. 예를 들면 남편은 손님들께 인사를 안 하더라고요. 왜 인사를 안 하냐며 싸워봤고, 청소 같은 사소한 것들로도 싸웠고요. 그렇게 한 2년은 싸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이고요,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아요. 서로 의지가 되고요. 남편이 회계 일을 했었으니 정산을 도맡아서 해주기도 하고, 대청소할 때 서로 도와가며 하기도 하고요. 기획이나 제품 입점할 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아이템을 입점시키고 싶어서 고민하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리고 몇 년 사이에 미로 시장에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화재도 있었고요. 화재로 가게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제품에 그을음이 묻어나더라고요. 그걸 일일이 다 닦아냈던 적도 있고요. 사실 혼자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오래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함께라서 해낼 수 있었죠.

미로 시장의 화재, 그 이후가 궁금해요.
미로 시장에 불이 두 번 났었어요. 처음엔 큰불이어서 대피했었고, 그다음에는 식당에서 불이 나서 대처를 빨리해서 크게 번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자꾸 불이 나다 보니 ‘나중에 제품이 다 타버리고 가게도 없어지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 가게가 미로 시장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보니 시장이라는 관계성에서 벗어나 있기는 힘들어요. 또 시장의 특성상 혼자만 잘 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시장 안의 모든 가게가 본인의 위치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하거든요. 예를 들면 오픈 시간이나 마감 시간도 모든 상점이 다 다르다 보니, 몇몇 상점이 불을 꺼두면 휑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뭔가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화재 이후로도 제대로 된 대처와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느껴지거든요.
요즘에는 공간의 제약이나 한계점을 조금씩 느껴서 제2의 무용담을 생각해 보기도 해요. 시장을 벗어나 독립된 공간에서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는 중이에요.

무용담에 입점하는 제품의 기준이 궁금해요. 어떤 제품이 있나요?
‘최근에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며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유행하는 걸 다 들이지는 않고, ‘지금뿐 아니라 나중에도 많은 고객이 좋아해 줄 제품인가?’를 생각해요. 너무 이상적이거나 저희만 좋아하는 제품은 아닐까 고민하고요.
또, 작가님과의 소통도 중요해요. 꾸준히 제품을 내시거나, 연락이 잘 되는 부분도 중요하고요. 그렇게 찾아서 입점 요청을 드리는데, 가끔 거절당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속이 쓰리죠. (웃음)
손 그림으로 그린 엽서나, 일러스트⋅캐릭터 용품, 디자인 문구,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많고요. 마크라메나 비누, 고체 향수, 비즈 액세서리, 수세미도 있어요. 말 그대로 ‘잡화점’이에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희가 ‘인센스 스틱’을 꽤 오랫동안 판매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인센스’하면 무용담이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손님들이 계세요. 무용담 주 고객층은 대부분 여성분이 많으신데, 요즘 들어 남성분들이 인센스만 사러 오시더라고요. 어떤 단골 할아버지는 인센스 파는 곳이 여기밖에 없다며 꼭 찾아오시고요. 그런 걸 보면 저희가 ‘소수의 사람에게라도 입지가 좀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요.
그리고 원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런 것도 참 감사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왔는데 성인이 되어 오셔서는 아직도 있는 게 신기하다며 오래 해달라는 손님도 계세요. 손님들이 알아주시고 찾아주시는 그런 부분들이 감사하고 뿌듯하죠.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왜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불안정한 일을 시작하냐’고 걱정스러운 시선들을 받기도 했어요. 코로나 이후로는 아이도 있는데 부부가 모두 이 일에 매진한다는 게 가끔 부담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항상 ‘코로나가 진정되면 예전처럼 돌아오겠지’라는 희망을 품어요. 그런데도 가끔 ‘이렇게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이가 생기니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달라지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그 용기는 어디서 올까요?
사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데 다른 분들이 바깥에서 보실 때는 도전적이고 용기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곤 해요. 제가 지금 이 공간을 꾸리고 있지만, 나중에는 또 해보고 싶은 일이 있거든요. 누가 봤을 때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도전해 보려고 해요. 항상 나와 우리 가족이 행복한 일을 선택하고 싶어요. 다행히 남편도 저를 지지해 주고 있고요. 만약에 앞으로 제가 일을 하고 남편이 육아하게 될 상황이 생겨도 항상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로 가치관이 맞으니 이렇게 함께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거겠죠? (웃음)

나와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집샵을 운영하면서 모르는 것도 아직 너무 많고 어려운 부분도 많아요. 저도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공간을 꾸려나갔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
‘삶의 종착지’라는 게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고, 결국 찾지도 못하고 끝나기도 하고요. 꼭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이라 생각하고 정말 하고 싶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처음에 희망 사항이 ‘원주에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근래 그런 일들이 많이 생겨서 기분 좋아요.
특히 요즘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요. 일단은 코로나를 잘 버텨야 하고요. 지금의 겨울잠 자는 시기가 끝나면 좀 더 색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무용담에서는 주로 좋은 작가를 손님들에게 소개해 주는 역할을 했거든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스스로 판단해서 안 했던 적도 많고요. 앞으로는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공간으로 다양한 협업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해 보고 싶어요.
제가 요새 좀 더 나은 무용담이 될 수 있게, 사람들에게 좀 더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게 고민하면서 ‘무용담 생각 모음 노트’를 적고 있거든요. 이런 아이디어들을 겨울잠 자는 동안 비축했다가 나중에 좋은 시기가 오면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길 바라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용담 @myd_official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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