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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지역 콘텐츠를 위한 고민

작성자 B-pickers(ip:)

작성일 2022-04-22 10:03:12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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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사랑받는 지역 콘텐츠를 위한 

의미 있는 고민들

낙원탭룸 송창민 대표




일산동의 어느 골목 끝에서 섬처럼 불을 밝히고 있는 낙원탭룸을 찾았다. 자체 제작한 ‘원주라거, ‘치악에일을 비롯하여 지역 수제 맥주를 소개하는 ‘낙원탭룸’과 밀크티 맛집 ‘동경수선’을 운영하는 성실하고 포부가 큰 사나이. 원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내 아이가 살아갈 곳이기에 원주가 조금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원주를 담은 여러 굿즈를 만들고 지역 비즈니스의 성공사례가 되기를 꿈꾼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원주에서 지역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송창민입니다. 




원주에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나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하고 7년 전에 내려왔어요. 원주는 아내의 친정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기서 대학교에 다녔거든요. 그래서 더욱 원주는 제게 친숙한 곳이었죠.







이 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는 급수 설비 기업에서 영업 기획 일을 했어요. 지금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죠. (웃음) 그러다가 원주의 어느 식음료 회사의 경영기획팀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직장을 그만둘 즈음해서 번아웃이 크게 왔어요. 무작정 가게를 운영해 보자는 마음으로 2016년에 미로 시장의 ‘동경수선’을 인수했고, 2019년에는 ‘낙원탭룸’까지 열게 됐어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전혀 해보지 않았던 사업에 뛰어들면서도 마음의 여유는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제든지 하다가 정 안 되면 다시 취업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큰 부담 갖지 않고 시작했죠.




가게에 대한 아이디어나 콘셉트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처음의 동경수선은 ‘책과 맥주’라는 콘셉트로 맥주와 함께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공간이었어요. 그러다가 중간에 밀크티를 개발했는데, 오히려 밀크티가 너무 유명해지면서 지금의 ‘동경수선’의 대표 이미지가 된 거죠. 그 후로도 ‘책과 맥주’를 이어가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지금의 ‘낙원탭룸’에 녹여보자는 생각으로 맥주와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탭룸*을 운영하게 됐어요.



* 탭룸(Taproom) | 갓 만든 맥주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알루미늄 통인 ‘케그’에 담아 적합한 온도로 보관하고 여기에 일종의 수도꼭지인 ‘탭’을 달아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따라줄 수 있다. 여러 대의 탭을 설치해 다양한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곳을 탭룸(Taproom)이라고 한다.







하나만 운영하기도 어려운데 다양하게 일을 벌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겨요. 제가 뭔가를 할 때 금방 지루해하는 스타일이라 그렇기도 하고요. (웃음) 그리고 처음부터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이 일로 매출을 올리거나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없으니까 전전긍긍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 지역과 관련된 콘텐츠 기획을 계속하시는 건가요?


그냥 제가 살고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아무래도 원주에서 계속 오래 사셨던 분들보다는 덜하겠지만 다른 지역 사람보다는 원주를 잘 알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경쟁력이 좀 더 있을 것 같고요. 만약 제가 지금 당장 강릉으로 가서 강릉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경쟁력이 없겠지만 원주를 어느 정도 경험했고, 또 완전히 토박이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다가 온 제삼자이기 때문에 원주를 좀 더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앞으로 적어도 5년, 10년 이상 계속 살아갈 곳이기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이 더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요.




‘원주 라거’, ‘치악 에일’ 브랜딩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 보니, 처음에 디자인을 의뢰할 때 디자이너마다 해석하는 부분이 다 다를 거로 생각하고 온전히 맡겼어요. 그랬더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꿩’이라는 키워드만 던져드렸을 뿐인데, 저렇게 다른 해석이 나오더라고요.

손님들도 포스터를 보시고는 처음에는 ‘저게 뭐지? 두 개가 다르네.’라고 생각하시다가 보면 볼수록 ‘아, 이게 꿩이구나!’하고 알아차리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원주’의 이미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스치듯 보면 각각 다르지만, 또 자세히 훑다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은 곳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치악 에일’, ‘원주 라거’를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제가 원주에 살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어요. 원주의 특산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복숭아일까요?) 복숭아 빵도 만들고, 복숭아 굿즈도 만들고 하는데, 정작 시민들은 원주에 어떤 게 유명한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요. 지자체에서도 특산품이라고 홍보하긴 하지만 영향력 있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 (뭔가 ‘너무 맛있다’라고 하기엔 좀 부족해서일까요?) 저는 특산품이 단순히 ‘맛’이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횡성 한우’가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한우이기 때문에 유명한 걸까요?


결국에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역 특산품이면 일단 지역주민들이 가장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좋아하려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야겠죠.

제가 예전에 굉장히 충격받았던 게, 구미에 출장을 갔는데 모든 식당마다 신라면 포스터가 붙어있더라고요. 분식점이 아닌 일반 식당인데도요. 구미에 농심 공장이 있어요. 그래서 구미 사람들은 ‘농심 신라면은 우리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이렇게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지역과 깊숙이 어우러지는 어떠한 지점이 있어야 그걸 ‘지역 특산품’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동안 원주도 많은 굿즈들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시도도 있었지만, 대중화되지 않는 것은 그만의 충분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품을 기획하면서 일단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들,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커피와 맥주를 기획하게 된 것도 일단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니까 자꾸 접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서서히 수요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품을 기획하게 된 거예요.







맥주 제작에도 참여하셨나요?


전에 식음료 회사에서 일할 때부터 맥주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에 가서 교육도 많이 받고 수업도 들었고요. 제작할 때도 가서 시음도 해보고 비율도 상의해서 정하는 등 제작에도 참여했죠. 사실 맥주를 좋아하고 제품화 하고 싶다고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들이 있어서 조합원들에게 맥주 사업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했어요. 다행히 조합원들도 잘 따라주셔서 지금의 제품들이 탄생하게 되었고요.




가게에 브루잉 키트가 있더라고요?


네, 사실 그것까지 생각하고 공간을 계획해야 했는데,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까 여기서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맥주 사업을 키워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미로 시장에 오래 계셨는데, 요즘의 시장은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예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소프트웨어가 발전해야 하는데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요. 저는 초반의 미로 시장이 가졌던 B사이드의 느낌이랄까? 정제되지 않은 그런 느낌이 좋았거든요. 미로 시장을 찾는 분들도 그런 요소에 재미를 느꼈던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가진 철학과 오랜 시간이 주는 의미들이 미로 시장을 상징하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부분들이 배제되고 차츰 시장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안타까운 건, 미로 시장이 행정의 성공사례를 말하는 ‘전시용’이 되는 것이죠. 얼마 전에 대한민국 총리실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고 해요. 원주의 청년 시장이 잘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그런 스포트라이트는 받지만 실상 열어보면 수혜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결국은 시스템 문제인 것 같아요. 지자체와 시장 상인들을 연결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상인들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서로 초점이 잘 안 맞는 것도 있고요.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그런 아쉬움에서 출발한 것도 있겠네요.


맞아요. 그런 아쉬움이 있다 보니 뭔가를 증명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기존과 다른 시도를 해보는 거고요. 또 개인이 내는 목소리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목소리를 합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반 협회가 아닌 사회적 경제조직을 빌어 시작하게 되었죠.




어떤 것을 목표로 지금 공간과 업을 꾸려가시는지?


좀 추상적일 수도 있는데 제 딸이 나중에 컸을 때 ‘네가 창민 씨 딸이구나’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원주 안에서 서로 돕고 도움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너무 추상적이네요. (웃음)

현실적인 목표를 이야기하자면 이런 지역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대부분 중간에 사라지거나 성공사례가 드물지만 이런 방법으로 원주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성공사례’가 되어보고 싶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이 공간을 계약하게 된 것이 사실 ‘옥상’ 때문이거든요. ‘옥상에서 술 먹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가게를 얻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옥상 영업은 불법이었어요. 초창기에는 근처 주민분들과 마찰까지 생겨서 한동안 이곳에 오기가 싫었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야외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이젠 옥상 영업이 합법화됐어요. 그때 너무 좋더라고요. (웃음) 

또, 오시는 손님들이 ‘예쁘다, 좋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그 순간들이 다 좋아요. 제가 무뚝뚝해서 서비스적으로 부족하고 잘 표현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죠. 그냥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내 삶의 모토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무슨 일이든 ‘그럴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있어요. 성공해도, 혹은 실패를 해도 ‘그럴 수 있는’ 거죠. 사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사업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좀 무던해지거나 흘려보내야 할 때가 오더라고요. (웃음)







돈이나 명예, 혹은 가치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하는 편인가요?


가치관을 따라가는 편이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으니 거기서 ‘가치관’만 찾아가다 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나의 가치관을 따르면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이 있어야 대중들이 나의 가치관과 내가 밟아온 것들에 대해 의심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돈은 못 벌 것 같아요. (웃음)




하시는 일이 워낙 많아서 번아웃도 있을 것 같아요.


현 상태로는 간당간당합니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번아웃과는 달라요.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많이 힘들거나 몸이 안 좋아도 한 걸음 내디딜 힘은 꼬박꼬박 생기더라고요. 참 희한해요. 사실 가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작은 응원의 말이나 지지를 얻으면 힘을 얻기도 하고요.







로컬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부를 좀 하고 오세요. (웃음)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는 것이 기획의 첫걸음인 것 같아요. 조합 회원들이 제게 가끔 화를 내는데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해?’라고 해요. (웃음) 기획이라는 것은 해보지 않았던 것을 만들다 보니 긍정과 부정이 항상 반반이에요. 90%는 ‘촉’으로 하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논리적으로 정리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넘어갈 때 반, 좋은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 반이에요. 그러니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지 말고 크게 크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일단은 돈을 많이 벌고 싶고요. (웃음) 요즘은 아까 언급한 원데이클래스, 문화 콘텐츠를 소비자가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제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모이면 공급자 개인이 각각의 콘텐츠 제조공장 겸 기획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 분들이 모여 협업해서 로컬 굿즈를 만들어내면 오프라인 플리마켓으로 연결하는 거죠. 양평의 ‘문호리 리버마켓’처럼 ‘원주’하면 떠오를 수 있는 마켓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원주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조직, 공예인들의 작품을 모아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그때까지 미로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고, 문화 콘텐츠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은데, 큰 꿈인가요? (웃음) 결국 저 혼자서 잘 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다 같이 잘 돼야 가능한 거죠.


사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돈’이 되어야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가치를 강조하고, 인문학적인 요소를 주장한다고 한들 일단은 돈이 되어야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뛰어들고, 더 참신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해야 더 많은 대중이 찾게 되는 거죠. 작은 브랜드를 키워야 ‘원주’라는 지역브랜드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까지 탑 투 바텀(Top-to-Bottom)이었다면 지금은 바텀 투 탑(Bottom to Top)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아마도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것이 결국 ‘건강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너무 잘하시네요.


사실 꿈이라기보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운동가가 되고 싶어요. 너무 거창한가요? 기획자 정도가 좋겠네요. 제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낙원탭룸 @_nwtaproom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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