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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커피, 볼타커피

작성자 B-pickers(ip:)

작성일 2022-04-22 10:34:03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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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으로 

기본에 충실한 커피

볼타커피 박지나 대표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있다. 뭐든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려운 법. 단구동 골목 끝 제대로 된 간판도, 밝은 조명도 없는 카페가 있다.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심플한 메뉴판이 눈길을 끄는 곳.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기본에만 충실하다.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끝내는 하루를 보내는 볼타커피의 박지나 씨. 이곳에 들어서면 본질에 충실한 커피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볼타커피’를 꾸리고 있는 박지나 입니다.



원주에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나요?


서울에 있다가 원주에 온 지는 8년 정도 되었어요. 원래는 신사동에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나름 잘 되었거든요. 그런데 집이 망원동이다 보니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힘들더라고요. 아이가 어렸는데 남편은 카페를 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오곤 했거든요. 도와줄 사람도 없이 오롯이 혼자 육아를 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세 식구가 서울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기도 쉽지 않고요. 







집과 가까운 곳으로의 이전은 생각해 보지 않으셨어요?


다른 상권을 알아보긴 했는데, 처음 자영업을 하다 보니 놓쳤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또 아이가 생기고 나니 예상외의 지출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가끔 언니네 놀러 오면 금방 계곡이고 산이라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아이에게도 좋겠단 생각에 원주에 오게 되었어요.




이 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원래 포항이 고향이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상경이 꿈이었어요. 딱히 이유는 없었는데 그냥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렇게 서울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남편은 그때 홍대에서 드럼을 10년 정도 쳤던 사람이었어요.

그 후로 함께 일본에 가서 1년 정도 살다 왔어요. 일본에 가기 전부터 둘 다 카페에서 파트 타이머로 일하면서 커피에 관해 관심이 있던 상태였는데, 일본이 아무래도 커피를 잘하는 곳들이 많다 보니 그곳에서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많이 접해보게 됐죠.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와 아이가 생겼고, 당시의 파트타이머 수입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우니 카페를 열게 됐어요. 그렇게 첫 가게를 신사동에 차리게 된 거예요.






하시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볼타커피’는 로스팅 룸과 쇼룸으로 나뉘어서 운영하는데, 로스팅 룸은 남편이 운영해요. 거기서는 원두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일을 하죠. 로스팅 룸에서 싱글 오리진이나 블렌딩 원두, 콜드브루를 생산해서 쇼룸으로 가져다주면, 커피 메뉴로 만들어서 손님들께 나가고 있어요. 저는 쇼룸에서 매장을 관리하고, 커피 내리고 음료 제조도 하고, 음료에 들어가는 바닐라 빈 시럽이나 계절에 맞는 과일로 청을 직접 만들어 에이드 메뉴로 내기도  해요.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뭐예요?


아무래도 가장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블랙커피가 제일 많이 나가죠. 아메리카노. 그런데 그걸 시그니처라 할 수는 없고요. (웃음) 골고루 잘나가는 편이에요.







원두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남편이 ‘리브레’라는 업체를 좋아해서 거기서 고르고 나머지는 주로 거래하는 곳에서 샘플을 보내주시면 맛보고 선택해요. 생두마다 ‘커핑 노트’가 있어요. ‘원두에 이런 맛이 있다.’라는 걸 참고해서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걸 고르거나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고를 때도 있고, 시음해 보고 고를 때도 있고요. 때마다 신선한 것들을 고르는 편이에요.



* 리브레 |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카페이자 생두 공급업체로 세계 여러 곳의 커피 산지를 방문해 커피 농가와 판매자에게 직접 연결해 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커피와 사람을 향한 커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 커핑노트 | 원두의 맛은 향(Aroma)과 맛(Taste), 깊이감(Body)으로 판별하는 데 커피를 시음하며 나는 단맛, 감칠맛, 신맛, 쓴맛, 떫은맛 등의 맛과 헤이즐넛, 다크초콜릿, 바닐라, 로즈 등 향을 분별해 내어 기록한 것을 말한다.




카페마다 ‘장인’느낌으로 ‘나만의 길’을 고수하는 사장님도 계시고 스타일이 다양하잖아요. 어떤 스타일이세요?


저희는 일단 대화를 많이 해요. 아무래도 남편이 로스팅 룸에서 혼자 생각해야 하니 손님들의 의견은 잘 모르지 않을까 해서 제가 쇼룸에서 받은 손님들의 피드백을 많이 전달하려고 하죠. 그리고 남편 스스로 ‘장인’은 아니라고 하던데요? (웃음)

남편이 ‘리브레’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론 품질이 좋긴 하지만 그들이 가진 철학이나 영향력을 좋아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영향력이 조금은 묻어나겠죠?






블렌딩 원두 이름이 재미있어요.


남편이 아무래도 음악을 했으니까 밴드 이름이나 아티스트를 보고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시규어 로스’는 밴드 이름이고요. ‘필순’ 블렌딩은 ‘장필순’을 좋아해서 지었고요. 또 가장 인기 있는 ‘이터널 선샤인’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이름에서 따온 거고, ‘시티뷰’는 남편이 좋아하는 풍경이에요.




‘커피’라는 분야가 너무 주관적이잖아요. ‘맛’에 대한 어떤 기준이 있나요?


커피가 참 어려워요. 지금도 매일 공부해요. 그런데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우선, 내가 먹었을 때 맛있어야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 직원들과 일단 맛을 보고, 그다음에는 손님의 취향을 보는 거죠. 어떤 게 더 많이 판매되는지, 재구매율을 봐도 알 수 있고요.







가장 인기 많은 원두는 뭐예요?


당연히 ‘이터널 선샤인 블랜드’죠. 이길 게 없어요. 싱글 오리진은 뉴 크롭이 들어올 때마다 계속 바뀌니까 ‘지속적으로 인기 있는 것이 무엇이다’라고 딱 말하기가 좀 애매해요.




원주에도 로스팅 카페가 꽤 생기는데 어떠세요?


요즘에는 원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카페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새롭게 뭐가 어떻다는 느낌은 없어요. 카페는 옛날부터 많았어요. 열심히 해서 살아남으려고요. (웃음)







카페에 간판이 없어요.


일본 영화 <안경>에 보면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것처럼 관심의 차이이지 않을까요? 작아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고, 눈여겨보는 분들은 찾아내는 거고요. 

사실 가게도 제 성격이 반영된 것 같아요. 나름 열심히 하는 건데요. (웃음) 과한 건 제게 어려운 것 같아요. 옷도 요란한 걸 싫어해요. 그냥 제 취향이 ‘내공 있는 것’을 좋아해요.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찾으려면 오래 봐야 하잖아요.


그러네요. 제 성향이 사람을 사귈 때도 오래 걸리는 데 그게 불편하지 않아서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희 가게에 한두 번 와서는 모르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진심은 통하지 않을까요? ‘결국엔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어요. 







인테리어도 굉장히 심플해요.


인테리어도 생각 많이 했거든요. 카페가 2년 정도 되면 대부분 지겹게 느껴지고, 버려지는 게 많아요. 일단 인테리어 할 때부터 모든 걸 뜯고 시작하잖아요. 서울에서 한번 그렇게 했는데, 그때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환경에 관심이 많지는 않아요. 뭔가 거창하게 ‘환경을 위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아깝긴 하더라고요. ‘카페를 하면 환경에 미안해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일회용 제품을 너무 많이 쓰니까요.




영업시간이 저녁 6시까지인데, 카페치고는 짧은 편이잖아요?


맞아요. 사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오해를 받아요. 저희가 여유가 있어서 짧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열심히 일해요.

쇼룸이 생기기 전, 로스팅 룸에서 영업했을 때는 5시까지 영업하고 영업시간 이후로 로스팅을 하느라 저녁 시간을 다 보냈거든요. 지금도 종일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저희는 일 중독이에요.

‘볼타커피’ 쇼룸을 오픈 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어떤 루틴을 찾은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흐르는 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계획할 수 있는 대로 나아갈 기반을 잡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카페를 하는 게 어떤가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나요? 


전에는 아이가 있다 보니 ‘조화로운 삶’을 내걸며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살려고 했는데, 이제는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조화롭게 살려면 더 많이 벌어야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주말마다 쉬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쉬어요. 일 매출이 많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지만 영업일을 늘리게 되면 그걸 커버할 수 있으니까요. 쉬는 건 다음 생에 해야죠. (웃음) 사실 이런 것도 마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의 문제일까요?


더 잘하고 싶으니까 못 벗어나는 거죠.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앞으로 몇 살까지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을까? 점점 유행에 밀려 흐름을 놓칠 수도 있는데, 그때가 되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게 다져놔야 하지 않을까? 요즘 젊은 친구 중에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어떤 것을 목표로 지금 공간과 업을 꾸려가시는지?


목표라…. 건물 갖는 그런 거요? (웃음) 실제로 돈이 생기면 로스팅 룸 옆에 작은 쇼룸의 카페 공간을 꾸리고 싶긴 해요. 무엇보다 요즘은 제가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닌지 고민이에요. 아무래도 문화적인 부분에서 충족 안 되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조금의 변화가 필요해요. 그리고 요새 너무 책을 못 읽어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침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첫 문장’이 주는 감동이 있었는데 요즘엔 못 느끼는 것 같고요.




그렇게 침체되어 있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세요?


보통은 서울로 가서 다른 곳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러 가요. 서비스적인 거나 흘러가는 흐름 같은 걸 보러 가고요. 또 제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여기저기 괜찮게 눈여겨봤던 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죠.







공간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금 가게를 운영한 지 8년이 되었는데도 한결같이 와주는 손님들이 계세요. 그리고 여자 손님들은 출산 기간이 있다 보니 오시다가 중간에 끊기는 기간이 생기는데, 출산하고 다시 찾아와주시고 그런 게 좋아요. 저희를 기억해 주시는 거잖아요.

그리고 힘든 건 딱히 없는데…. 굳이 생각해 보자면 반말하시는 손님? 그래서 저희 가게는 반말 금지예요. 그런 건 남편이 즉각 달려와서 해결해 줘요. 저희 가게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깔끔한 분들이어서 별 불편함은 없어요.

과하게 손님에게 잘해주는 건 부자연스러운 것 같고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서비스는 ‘기호를 기억해 주는 것’ 정도인 것 같아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서비스인 거지 그 외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맛있게 만들면 되는 거죠.




내 삶의 모토와 방향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약간 즉흥적인 편이에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지금도 자유로운데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웃음) 

그리고 커피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요. 수율이나 적정 농도를 고민하고, 맛있게 볶았을 때 맛있는 농도와 커피는 추출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커피는 끝이 없거든요.




거의 커피만 생각하시나 봐요.


맞아요. 그래서 아이가 카페에 가는 걸 제일 싫어해요. 맨날 어디 가면 카페만 가니까. (웃음)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지금의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면?


네. 저희는 항상 이야기해요. 감사하다고, 재미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것 같아요.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끝 지점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건 ‘시간의 여유’를 생각하면서 살자는 거죠.




직원분들 있으면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나요?


아시다시피 가게를 하다 보면 운영 외 부수적인 것이 많아요. 그런 것들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제가 쇼룸에 없으면 로스팅 룸에 가 있거나 아니면 육아를 하죠. 개인 시간이 없어요.






앞으로 나와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지런해야 해요. 그리고 부딪쳐 가면서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로스팅 룸 옆에 조그만 가게를 얻는 것. 정말 그게 제일 하고 싶은 거예요. 사실. 콩을 볶으면 추출해서 먹어보고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멀더라고요. 그 옆에 붙어있으면 좀 더 커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볼타커피 @thevoltacoffee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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